육아/아빠의 일기9 단단이 세상 나오기 D-100일 (행복에 대한 고찰) 이제 100일 후면 단단이가 세상에 나온다. 4월에 큰 일을 한번 겪은 이후로 가족들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박애주의(?)체제에 돌입해서 그런지 요새는 딱히 크게 문제되는 일 없이 아이 산모 모두 건강하게 하루 하루 지내고 있다. 너무 다행이라면 또 다행일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색 분비물이 나온다고 하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몸이 많이 괜찮아 진 아내와는 이제 거의 매주 금요일에 집으로 와서 일요일까지 2박 3일간 둘만의 시간을 오붓하게 보내고 일요일 저녁에 다시 처갓집으로 넘어가는 루틴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행복이 이보다 멀리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스로 채찍질해가며 한마리 경주마 처럼 지난 8년간을 달려왔는 데, 지금 새삼 드는 생각은 그 긴 세월을 도대체 어떻게 버텨왔.. 2022. 6. 18. 22주 1일차) 새벽 00:30분 산부인과 하루종일 배뭉침과 아픔이 심하다고 호소한다. 병원이 지척이니 불안하면 가서 검사라도 간단히 보고 오자고 설득하지만 이내 다음날 대학병원 진료와 겹쳐 신체에 무리가 갈까봐 걱정된다는 아내의 말에 나도 그만 포기한다. 일찍 잠자리에 든지 1시간만에 들리는 떨리는 아내의 나를 찾는 목소리는 잠의 문턱에 서서 졸음에 취해 사물 구분도 안되는 영혼을 반사적으로 “가자”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또 불안할까. 말로는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자는 주위 사람의 말이 얼마나 현실감 없고 무책임해보일지, 그런 비슷한 푸념 한번 안하고 그저 아이 걱정만 하는 아내의 모습이 멋있고 심지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새벽 한시를 향해 가는 5월 23일 월요일, 산부인과 3층 아무도 없.. 2022. 5. 23. 20주 5일차) 놀란 마음과 안도의 마음 새벽부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잠자리가 딱히 불편했던 것은 아닌 데 얕은 경련과 동시에 눈이 떠졌다. 정신은 맑다. 하지만 여러 감정이 혼재 되어있다. 그래서 어제의 두 가지 일에 대해 쓰고자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타이핑을 시작한다. 이 복잡한 감정을 지금 남겨 놓지 않으면 또다시 기억 저편으로 휘발되어 날아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두고두고 복기하고자 한다. 1. 퇴사 어제 오후 즈음, 의원면직 공고가 게재되었다. 8년이 넘게 몸 담아온 회사. 젊은 날 열정을 불태워 누구보다 내 것처럼 생각하고 업무에 뛰어들었다. 잠자는 시간 줄여가며 인정받으려고 동분서주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조하길 바라왔다. 소문으로만 듣던 극 남초 회.. 2022. 5. 13. 20주차 3일차) 감탄하라~ "감탄팬츠" (feat. 유니클로)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아니 가장 귀찮아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미용실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옷 사러 가는 것이다. 미용실 가는 걸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룬다. 미루는 이유는 미용실의 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을 감내하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미용실의 그 넓은 의자에 앉은 직후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고 묻는 디자이너님과 생기기 시작하는 그 어색한 기류는 사교성이 극히 떨어지는 나에겐 여간 참기 힘든 고역이 아닐 수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하루 24시간의 귀한 시간 중에 일부를 말 그대로 "머리를 자르는 데"써야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혹시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하는 것이지만 "머리 자르는"시간이 아깝거나 그 "행위"를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머리.. 2022. 5. 11. 이전 1 2 3 다음